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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윤변TV 2023. 2. 8. 17:56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부패인식지수 즉, 청렴도는 국가의 부패인식정도를 다른나라와 비교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한국의 청렴도는 2012 56점에서 2016 53점까지 하락하였으나, 문재인 정부시절 꾸준히 증가하여 202162점으로 증가하였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청렴도는 2023년 발표되는 지수를 참조하여야 할 것이다.

 

호주의 정부관리들은 공식 또는 비공식 행사에서 받는 각종 선물들은 모두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국세청 평가로 시가 200불이하의 선물이라면 그냥 소유해도 되지만 이상의 선물일 경우 그 차액을 소득으로 보아 세금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 선물을 받고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뇌물로 보아 형사처벌 당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연방법상 뇌물죄는 10년이하의 징역 170만불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되어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떤가?  수년전 추적60분에서 최순실 사건을 다루면서, 과연 최순실은 박근혜의 재산 관리인인가? 라는 제목으로 최순실의 재산을 추적보도한 바 있는데 이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받은 선물과 유품이 모두 약 25,000여점에 이른다고 보도하였다.  호주였다면, 국가원수가 받은 이들 선물은 모두 국고에 귀속되거나,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킬만한 일이었지만, 국민들의 뇌물인식 수준이 낮아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검이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뇌물죄, 횡령죄, 위증죄등의 혐의를 적시하였지만 조의연 부장판사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적부심에서 영장신청을 기각하였다.  이 바람에 일부 국민들은 조의연 판사 대학시절 삼성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라는 등의 설이 있었지만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물론 70%이상의 한국법조인들도 이재용씨의 혐의가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였고 필자의 시각으로 보아도 이재용의 구속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았지만 법원의 기각결정에 적지 않게 놀랐다.

 

문제는 뇌물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청렴도 지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많이 뒤졌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형법에서 뇌물죄란 대가성 수수행위를 말하기 때문에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하여 반드시 대가성을 입증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국 형법상 뇌물죄의 특성을 잘 말해 주는 것이 바로 벤츠검사 사건일 것이다.  먼저 아래 문자메시지를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이소영과 최호근이 나눈 문자 메시지

이것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이소영씨(왼쪽)와 최호근 변호사(오른쪽)와 주고 받았던 문자메시지 로서 검사가 대가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법원에 제출되었던 증거중의 하나이다.  문자 내용을 보면 분명히 사건 청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뇌물죄가 아니라면서 이소용과 최호근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보면 이소영과 최호근이 서로 내연관계였기 때문이란다.  둘이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무죄라는 취지다.

 

이러한 한국법원의 괴상망측한 이유는 얼마전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뇌물죄 판결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진경준은 검사장 재임시절 넥슨사의 대표로부터 약 130억 상당의 주식과 10억상당의 금품을 받으면서 넥슨관련 각종 수사를 돌보아 줬던 사람이다.  넥슨사 대표도 진술서에서 보험성 뇌물을 주었다고 시인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진경준과 김정주 넥슨 대표간 관계를 고사성어를 동원해 '지음(知音) 관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법원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두 사람은 일반적인 친한 친구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知音) 관계로 보인다라는 이유이다.

 

지음이란 멀리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이른바 '애드립'으로 연주를 하는데도 친구인 종자기가 백아 연주곡의 정확한 의미를 알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고사성어인데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른다.

 

어쨌든 벤츠검사 사건에서는 서로 사랑해서 뇌물로 볼 수 없고, 진경준 검사장 사건에서는 서로 너무 친해서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논리가 호주로 온다면 많은 호주법조인들은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호주의 경우, 서로의 친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은 서로 친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죄를 받으니 학연, 혈연이 필요한 사회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시 이재용 사건을 들여 다 보자. 한국법원의 논리대로 따르자면 이재용은 박근혜랑 절친한 사이도 아닌데 국민연금을 쏟아 부어가며 이재용이 삼성전자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회사돈으로 정유라와 최순실 재단에 400억 정도 지원 해 줌으로서 횡령죄도 추가되었으며, 국회청문회증언때 모르쇠로 일관한 사실 때문에 위증죄도 추가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조의연판사의 영장기각 결정은 탁월한 심판이었다고 하지만 한국법원의 판례를 보면 어쩐지 국민들의 법감정과는 괴리가 있어 보여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