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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해 위증죄

윤변TV 2023. 2. 8. 14:20

20121211일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당직자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인터넷상 정치적 댓글을 달고 있다는 신고를 하여 경찰과 선관위직원이 출동하였다.

 

당시 국정원 심리전담반 직원이었던 김하영씨는 경찰과 선관위직원들과 대치한 상황에서 자신의 오피스텔 문을 걸어 잠그고 인터넷 컴퓨터의 기록을 삭제하고 있었다고 한다.  5일뒤인 1216일 서울경찰청은 김하영씨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선후보들에 대한 지지.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1219일 대선에서 박근혜후보가 당선되었다.

 

이후 2013131일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권은희)는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하영씨는 11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120건 상당의 국내정치관련글을 올렸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대선직전 경찰이 발표했던 중간수사결과와는 정반대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국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4일뒤 이 사건을 수사지휘하였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1년도 되지 않아 비 수사 라인인 관악경찰처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전보되었다.  

 

그로부터 약 3개월뒤 권은희는 경찰의 수뇌부에서 국정원댓글 사건을 축소.은폐하고자 했다는 폭로를 하였고, 야당에서 수사촉구를 외치자, 검찰은 권은희의 진술을 바탕으로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국정원장을 불구속기소하였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채동욱은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채동욱 총장이 물러나게 되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당시 수사를 맡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직무에서 배제시켜 버렸다.  윤석열 전 수사팀장은 직무배제된 후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댓글사건을 축소.은폐시키려 했다고 또 다시 폭로하였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법 등 위반 사건 재판에서 권은희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법과 고법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그 동안 권은희는 국민의 당 국회의원으로 입성하게 된다.  이후 검찰은 김 전청장에 대한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권은희를 모해 위증죄로 전격 기소하였고 한국의 좌.우파들은 이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팽배하였다.  하지만, 지난 20168261심에서 결국 권은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모해위증죄란 형사사건의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정 증인이 허위진술을 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다.

 

권은희가 김 전청장에 관하여 법정에서 했던 진술이 모해 위증에 해당된다고 검찰이 판단하여 권은희를 기소했던 증언중 필자의 눈에 띄는 부분은 '김 전 청장이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 권은희의 증인진술부분이다.  실제 김 전 청장이 권은희에게 전화하여 말한 것은 "검찰에서 바로 영장이 기각 당하면 경찰 자존심에 문제가 된다"고 한 것이다.

 

한국언어와 문화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시 권은희의 상사였던 김 전청장의 발언은 압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발언이고 이것을 김 전청장은 사건진행의 확인을 위한 전화였다고 주장하고 권은희는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인데 검찰은 권은희의 이 같은 해석이 김 전청장을 해 하기 위한 위증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좌.우파를 떠나 이 경우 객관적으로 어느 쪽 주장이 맞다고 보는가?

 

호주의 사건 해석은 합리성을 매우 중하게 여긴다.  합리성이란 여러가지 사건당시 문화와 상황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보는 것이다.  호주법으로 본다면 김 전청장이 영장신청을 하지 말라라는 부당한 압력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직설법을 싫어하는 한국의 언어특성상 "검찰에서 바로 영장이 기각 당하면 경찰 자존심에 문제가 된다"는 말을 영장을 청구하려는 부하직원에게 했다면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김 전청장이 진정으로 청탁이나 압력의 목적이 없었다면, 이 경우 전화하여 그러한 발언을 한 김 전청장이 잘못일까?  아니면 그러한 상황에서 그것을 청탁이나 압력으로 해석한 권은희가 잘못한 것일까?

 

현재 모든 경찰관들이 권은희에 반대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하는데 만일 권은희가 상급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게 된다면 한국 검찰은 권은희에 대하여 반대증언을 했던 경찰관들을 다시 모해위증죄로 기소하여야 되는 것은 아닐까?

 

호주법상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여서 필자의 눈으로 이 사건을 보면 흥미롭기 그지 없다.  왜냐하면 호주에서 검찰의 역할과 의무는 피고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자 할 때 증거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여야 될 의무가 있는데 만일 허위의 증거를 제시했다면 이는 검찰의 책임이다.  실제로 수년 전 서호주 검찰이 허위의 증거를 제시하여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다른 진범이 잡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결과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 경찰이 징계로 불명예퇴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검찰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권은희의 증인진술을 김 전청장을 기소할 때 법원에 제시하였고, 나중에 검찰이 제시했던 권은희의 증인진술이 모해위증을 한 것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상황은 호주법상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